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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귓볼’일까, ‘귓불’일까

부처님을 형상화한 석가모니상은 만든 이에 따라 모양이 각기 다르다. 그런데 석가모니의 모습을 떠올릴 때 대부분의 사람이 마음속으로 그리는 신체 부위가 하나 있다. 바로 귀다. 두툼하고 길게 늘어진 귀가 석가모니상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문제 하나. 귓바퀴 아래에 붙어 있는 살을 뭐라 불러야 할까?   ‘귓볼’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뺨’을 의미하는 ‘볼’을 연상해서인지 ‘귀’와 ‘볼’이 만나 ‘귓볼’이 되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귓볼’이 아니라 ‘귓불’이 바른말이다. “귓불이 참으로 복스럽게 생겼다”처럼 ‘귓불’이라고 해야 한다.   귀와 관련해서는 ‘귓밥’도 잘못 쓰기 쉬운 단어다. 귓구멍 속에 낀 때인 ‘귀지’를 일반적으로 ‘귓밥’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귓밥’은 귓바퀴 아래쪽에 붙어 있는 살을 가리킨다. 즉 ‘귓밥’과 ‘귓불’은 의미가 같은 동의어라 할 수 있다. 강원·전남·제주 등에서는 ‘귀지’를 ‘귓밥’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사투리일 뿐이다.   그럼 귀지를 파내는 도구는 뭐라 불러야 할까. ‘귀지개·귀쑤시개·귀후비개’ 등 다양하게 불리고 있다. 그러나 ‘귀이개’가 바른 표현이다. 귀이개는 ‘우비다·후비다’의 옛말인 ‘우의다’가 붙은 ‘귀우개(귀+우의+개)’가 변한 말이다. 따라서 “귀이개로 귀를 팠다” 등과 같이 표현해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귓볼 귓불 귀가 석가모니상의 귓바퀴 아래쪽 신체 부위

2023-09-18

[아름다운 우리말] 한달음에 버선발로

‘달음’이라는 표현을 오랜만에 보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눈에 들어왔다고 해야 할 겁니다. ‘한달음에 달려가서’라든지 하는 표현에서 주로 만나는 달음은 감정이 듬뿍 담긴 표현입니다. 기쁘고 설레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달음이라는 말은 ‘걸음’과 대비되는 말입니다. 달음은 ‘달리는 일’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달리다와 관계있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달리는 것을 강조할 때 쓰는 말로는 ‘달음박질’이 있습니다. 달음박질은 급히 달려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뜀박질’과도 비슷하게 쓰이는데 뛰다와달리다는 느낌이 좀 다릅니다. 보통 달리다는 앞으로의 느낌이 강하다면 뛰다는 위로의 느낌이 강합니다. 높이뛰기, 멀리뛰기에서 뛰는 느낌을 알 수 있습니다.      달음과 달리다는 옛말에서는 ‘닫다’였습니다. 지금도 ‘도움닫기’ 같은 말에서는 남아있습니다. 높이 뛰기 위해서, 멀리 뛰기 위해서 도움이 되는 달리기를 하는 게 도움닫기인 셈입니다. 달리다는 말은 신체 부위 중에서 다리와 관련이 있는 말입니다. 어원을 다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리로 하는 일이 달리는 일입니다.    한편 발과 관련이 있는 말은 밟다 입니다. 발과 다리의 역할을 구별하고 있습니다. 물론 발로 하는 일에 걷다도 있습니다. 걷다가 걸음이 됩니다. 이에 미루어 볼 때, 닫다가 갈음이 된 것임도 알 수 있습니다. 다리와 달리다, 발과 밟다가 연결되는 데 비해서 걷다는 연결되는 부위를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가랑이라는 말이 걷다와 연결되는 흔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처용가에 보면 다리를 ‘가랄’이라고 표현합니다. 제주 방언에도 다리를 ‘가달’이리고 합니다. 걷는 것도 다리가 하는 일입니다.    달음이라는 단어는 이제 잘 쓰이지 않습니다. 이는 ‘닫다’라는 표현이 잘 쓰이지 않음도 원인이 될 겁니다. 약간 화석처럼 남아있는 말입니다. 화석이라서 더 귀한 느낌이 납니다. 언어학에서는 화석화라는 말로 설명을 하기도 합니다. 저는 화석화한 어휘를 만날 때마다 기분이 좋습니다. 고서점에서 갖고 싶었던 책을 발견한 기쁨이라고나 할까요?   한달음은 ‘중도에 쉬지 아니하고 한 번에 달려감’이라는 의미입니다. 금방이라도 달려가서 만나고 싶다는 느낌이 넘쳐나는 때입니다. 좋은 표현입니다. 집에 손님이 올 때는 ‘버선발로 뛰어나가’라는 표현을 씁니다. 요즘에는 버선을 신지 않으니 이 표현에도 화석이 담겨있는 셈입니다. 요즘 표현으로 하자면 ‘신발도 신지 않고 맨발로 뛰어나가’라는 말이 됩니다. 어쩌면 격식마저 차릴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반갑고 기쁜 만남일 겁니다. 예상치 못한 만남, 기다림은 표현에 흥분을 담아 놓았습니다.    누구를 만나러 가고 싶은 마음이 클 때는 걸어갈 수 없습니다. 달려가는 겁니다. 바람을 타고 갑니다. 귓가의 머릿결에도, 마음에도 바람이 있습니다. 때로는 내 설레는 마음이 내 몸보다 먼저 그곳에 달려갑니다. 그게 한달음입니다. 그래서 한달음이라는 표현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겁니다. 누가 나를 보기 위해서 한달음에 달려온다면 그것보다 고마운 일이 없습니다.   한달음은 일방적인 말은 아닙니다. 서로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달음이 성립합니다. 한 사람은 보고 싶고, 다른 사람은 보고 싶지 않은 관계에는 애당초 이루어질 수 없는 말입니다. 한달음에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러 갑니다. 반가운 마음이 벌써 한가득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버선발 요즘 표현 높이뛰기 멀리뛰기 신체 부위

2022-10-16

[살며 생각하며] 꼬뱅이가 시리다

“꼬뱅이가 시리다.”   내가 어릴 적, 할아버지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말을 입에 달고 겨울을 나셨다. 물론 ‘꼬뱅이’는 사투리로서, 표준말로 하면 무릎이라는 걸 영민한 내가 알고는 있었지만, ‘무릎이 시린’ 상태를 이해하기엔 예닐곱 살 남자아이의 피는 과분하게 더웠다. 꼬뱅이가 시린 것은 할아버지만의 문제였고, 나는 전혀 그런 증세와 무관했다. 말하자면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도 되지 않는 일종의 불가해한 영역이 바로 꼬뱅이가 시린 증세였다. 물론 할아버지의 꼬뱅이 시린 증세를 해결할 능력은 물론이거니와 그런 마음도 내겐 전혀 없었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내게 꼬뱅이가 시린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물론 아파트 안은 춥지도 않고, 온도도 쾌적하리만큼 온화함에도, 자는 동안 무릎 위쪽으로 반 뼘 정도 되는 부위가 조금 저릿저릿한 느낌이 들었다. 오늘 새벽엔 그 증세가 불편한 정도에 이르러 3시가 좀 넘어 눈을 뜨기에 이르렀다. 어릴 적엔 얼음도 우적우적 씹어 먹을 정도였지만, 나이가 들어 찬물로 양치할 때 이가 시려 오는, 그런 느낌이었다.   꼬뱅이가 시리다. 할아버지가 겨우내 입에 달고 다니시던 그 말이 반백 년 시간이 지나 내가 할아버지의 나이가 된 지금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이해되기 시작한다.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는 이런 말을 했다. “With age comes wisdom, but sometimes age comes alone.” (나이가 들어가며 지혜가 따라온다, 그러나 때로 나이만 들기도 한다) 내 나이가 환갑을 넘었다. 백 세 인생이라고들 해도 이미 꺾어진 인생이다. 지혜는 나이 들었다고 해서 거저 얻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지혜는 사람들의 말을 잘 듣고 이해하려는 너그러운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내 꼬뱅이가 시려지고 나서야 비로소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나는 그런 면에서 참 아둔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할아버지는 꼬뱅이 시리다는 말씀을 하시며 타인의 고통과 마음을 좀 헤아리라는 말씀을 하고 싶으셨던 것은 아닐까?   오늘 아침 인터넷으로 무릎 시린 증상을 검색해 보았다. 간단히 말하자면 신체 부위 중 신장이나 비장이 약하거나 몸에 냉기가 들어오면 그런 증상이 나타난다는 거였다. 아침저녁으로 족욕을 하면 증세가 호전된다고 한다. 나는 아침저녁으로 따뜻한 물로 족욕을 할 것이다. 족욕을 하면서 육체의 꼬뱅이 시림 뿐 아니라 마음의 꼬뱅이 시림을 하소연하는 사람들의 말을 어떻게 하면 잘 들어주고 이해할까를 고민할 것이다. 비록 꼬뱅이가 시리긴 해도 지혜롭게 늙어가고 싶은 까닭이다.     -꼬뱅이가 시리다- 이젠 내 할아버지의 나이가 된 내가 할아버지가 그리워지는 아침이다. 김학선 / 자유기고가살며 생각하며 age comes 동안 무릎 신체 부위

2021-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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